지금 일을 하면서 내가 부딫힌 가장 큰 장애는 일에 관한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실수가 생기고, 이전에는 자타공인 일 잘하는 사람이었던 나도 일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방도가 안 보인다는 것. 잘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슨 수로 잘하고 싶은 일이 될 수 있을까.
직업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출판이 나의 재미있는 천직일 거라 기대했었다. 축구선수에게 축구가, 영화배우에게 연기가 단순한 '업' 이상이듯 나에게도 출판이 그런 자아실현의 도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도 일이라고, 결국은 돈을 생각하고 쉬는 걸 떠올리게 되더라. 그렇게 직업인이 되고 몇 달이 지나고 나니 "난 내 일을 좋아한다", "일이 재미있다"는 식의 말은 더이상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이 좋고 재미있지 않아도 욕심은 그대로 남았다. 출판은 여전히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이었다. 남들에게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었고 업계에서 잘나가고 싶었고 모두가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인재가 되고 싶었다. 자라면서 꾸준히 축적해온 열등감에서 비롯된 건지, 상대적으로 직업적 욕망이 강했던 듯하다.
그때 깨달은 게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란 점이다. 경험, 센스, 시간적인 노력 등은 중요하지만 결국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 적성조차 욕심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일을 즐긴다는 건 권장할 만한 태도이긴 하지만, 즐기는 게 반드시 성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다. 즐기면서 일을 못하는 사람만큼 못 봐줄 것도 없다. 나는 내 욕심을 지각하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일했다. 일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잘 해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기분에 취해 나는 욕심이 많아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하고 싶어할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게 결정적 실수였다. 지금의 일을 하면서 느낀다. 출판은 내가 운좋게 찾아낸 알맞은 일이었던 것이다.
조만간 일을 그만둘까 한다. 잘하고 싶지 않아서 일이 지치고, 실수도 잦고, 또 앞으로 잘하고 싶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 출판으로 돌아가야지. 다시 일을 시작한다 해도 나는 아마 일을 재미있어하진 않을 거다. 일은 일이니, 머지않아 지쳐서 휴일만 기다릴지도 모르고. 그럴 때면 지금 내 기분을 상기해야겠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직업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그건 어느 직업에나 통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때문에 특히 더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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